Netflix 울트라맨을 보고


(출처: 필자의 Netflix)





'울트라맨'이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는가?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한국인까지는 아마도 이 '울트라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잘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평소에 일본의 서브컬처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저 나잇대의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울트라맨'을 비디오 등으로 접한 적이 있을 것 같다.

바로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은 풍화되어, 내 기억 속에 남은 '울트라맨'이라는 캐릭터는, 은색과 적색의 컬러링으로 디자인된, 굉장히 생소한 가면을 쓰고 괴수와 싸우며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였다. 

이 캐릭터에 대해서 아는 사실이라고는 생김새와 필살기 '울트라 광선'(정식 명칭이 이게 아니라는 것도 당시에는 몰랐다)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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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같이, 오늘은 무엇을 봐 볼까 하며 넷플릭스를 휘젓는 내 눈에 들어오는 어떤 것이 있었다.

Netflix 오리지널> 울트라맨

자동으로 예고편을 띄우는 넷플릭스에 의해, 나는 마법과도 같이 그 애니메이션 속으로 빠져들었다.

예고편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게 내가 기억하는 그 울트라맨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울트라맨'은 그 '울트라맨'이 맞으며, 또한 그 '울트라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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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트라맨'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고자 한다.

초대 '울트라맨'은 '츠부라야 프로덕션' 제작의 '특촬물(특수촬영으로 제작된 일본의 영상물을 말하는데, 한국인은 '파워레인저'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작품이며, 감수 츠부라야 에이지, 각본 킨조 테츠오, 감독 츠부라야 하지메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방영 당시 엄청난 인기로 회사의 모든 자본을 투입하여 만들어졌다고 하며, 결국 예산 부족으로 조기 종영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울트라맨'은, 바로 이 초대 '울트라맨'에서 이어진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3D 애니메이션이다.

'강철의 라인배럴'로 유명한 시미즈 에이이치&시모구치 토모히로 작가 콤비가 현재도 연재 중인 만화 원작은, 초대 '울트라맨'이자 작품의 주인공인 '하야타 신'의 아들 '하야타 신지로'를 주인공으로 한다.

나는 본래 '울트라맨' 시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이 애니메이션 '울트라맨'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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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속의 울트라맨은, 다른 울트라맨처럼 주인공이 변신 후 거대화하여 괴수와 싸우는 내용이 아니다.

어찌 보면 설정만을 빌려온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점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외계에서 찾아와 하야타 신과 동화하여 지구를 지키고 외계로 돌아간 울트라맨이 남긴 것은, 하야타 신 안에 있는 '울트라맨 인자'였다.

그가 낳은 아들인 하야타 신지로는 바로 그 울트라맨 인자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아 태어났으며, 여느 작품의 2세답게 아버지를 가볍게 뛰어넘는 신체 스펙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가 '시작의 적'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베무라'로부터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울트라맨 슈트를 입고 울트라맨으로서 싸우게 되는데, 여타 특촬물과는 다르게(물론 넷플릭스 울트라맨은 특촬물이 아닌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괴수와 싸우는 것이 아닌, '히어로'로서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리고 특촬물로서의 이 독특함은 일본이나 미국 만화계의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양상을 따르고 있다는 점으로 보면 진부하기도 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히어로가 된다.

그 주인공이 십대 소년이라면 처음에는 힘을 얻은 것에 우쭐하고, 이윽고 좌절을 하거나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다.

본인 안에서 해답을 얻고 성장하여 더 큰 힘을 얻는다.

전형적인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이 작품에는 기본적인 재미가 보장되어 있으며, 전형적임에도 계속 보게 되는 것은 개성적인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작중의 울트라맨이 주인공 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초대 울트라맨이 지구를 떠난 후, 아직도 지구에 외계인들이 살고 있고 외계인에 의한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안 과학특수대(이하 '과특대')는, 오래전 과특대의 본부 건물의 지상층을 '빛의 거인 기념관'으로서 위장하고 지하에서는 비밀리에 외계인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외계인과 싸울 수 있는 '울트라맨 슈트'를 개발하고 있었다.

울트라맨 인자는 분명 주인공인 하야타 신지로만이 가지고 있지만, 울트라맨 슈트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울트라맨이 여러 명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 둔 것이다.

그리고 시즌 1에 등장하는, 바로 이 울트라맨 슈트를 입게 되는 세 사람은 각각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 

힘을 갖고 태어났지만 힘을 사용하기를 꺼렸던 주인공인 '하야타 신지로'는, 울트라맨이 되어 그 힘을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를 결심하고, 동경하던 아이돌인 사야마 레나가 지지해 주는 것으로 그 결심을 더욱 돈독히 한다. 

신지로보다 먼저 과특대에 입대한 '모로보시 단'은 냉철한 판단력과 말살 대상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신지로를 싫어하지만 울트라맨 버전 7.1로서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시즌 1 기준으로 그의 인물상은 나왔으나, 과거 행적 등은 나온 바가 없는데, 시즌 2가 나온다면 조금 더 이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세 번째 울트라맨인 '호쿠토 세이지'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사지를 잃고 외계의 기술로 일상생활을 되찾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울트라맨이 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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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작품의 주인공인 하야타 신지로에게 초점을 맞춰 보자.

작중, 신지로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질문이 있다.

"소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모두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모두를 구하기 위해 소녀 한 사람을 버릴 것인가?"

굉장히 무거운 질문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짊어지게 되는 선택의 순간.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또 어쩌면 울트라맨의 영웅상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로 모두를 구하는 선택을 했고, 가볍게 해냈다는 점이다. 소녀를 포함하여. 이 질문은 스토리 초반에만 소비하고 넘어가기에는 대단히 아까운 질문이라고 보는데, 이야기가 계속됨에 따라 신지로에게 더욱 무거운 선택의 순간이 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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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울트라맨'은 변신 히어로에 대한 거부감,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만한 작품이다.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전개를 따르면서도 군데군데 무거운 소재를 집어넣어 한 번쯤 작중의 여러 사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는 등, 결코 아동 취향의 작품은 아니다. 피 튀기는 폭력성은 덤이다.

작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봤던 만큼, 보는 내내 이 모든 사건이 시즌 1 안에 끝날 수 있는 건가 우려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즌 1로 모든 사건이 끝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향후 시즌 2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무사히 시즌 2가 'Netflix 오리지널'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내게 예고편을 또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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